[48] 황금종려·황금사자·황금곰 고두현 논설위원/한국경제/2019.05.26

 



- 요약 및 의견

세계 3대 영화제와 한국 감독들의 활약

 며칠 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최고 높은 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칸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로 그 중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로 인정받고 있다. 거기서 1등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들어는 봤지만 황금종려상의 유래 등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로 알게 되었다.

 우선 3대 영화제라 함은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인 프랑스의 칸영화제, 가장 오래된 국제영화제인 이탈리아의 베니스영화제 그리고 동·서독의 통일을 기원하며 출범한 독일의 베를린 영화제가 있다. 원래는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가장 권위있는 영화제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정부가 베니스영화제를 통해 정치색을 강화하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서, 프랑스 정부가 미국과 영국 등의 도움을 받아 칸영화제를 만들었고 현재 가장 권위 있는 국제영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3대 영화제의 으뜸상 이름에는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모두 '황금'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각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의 이름이 그 뒤에 붙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칸영화제는 '황금-종려상', 베니스영화제는 '황금-사자상' 그리고 베를린영화제는 '황금-곰상'이다. 각 도시의 상징물들의 이름은 어떻게 붙은 것일까? 우선 황금종려상부터 보자. 프랑스 남부의 휴양지인 니스에서 기차를 타고 25분가량 가면 칸이 나온다. (대학시절 교환학생 갔을 때 니스까지는 가봤는데 칸도 가볼걸!칸에서 가장 흔한 나무가 바로 야자나무의 일종인 '종려나무'라고 한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공통 단어인 '황금'에 칸을 대표하는 상징물인 '종려'나무를 합쳐 '황금종려상'이라고 지었고 로고도 종려나무 잎사귀로 디자인하였다. 원래 칸영화제의 으뜸상은 이 황금종려상이 아니라 '그랑프리(대상)'였는데, 칸영화제 출범 후 몇년 뒤에 황금종려상이 신설되면서 그랑프리는 2등상이 되었다고 한다.

 베니스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은 베니스의 수호성인이었던 성 마가를 상징하는 '날개 달린 사자'에서 따왔다. 성 마가는 신약 성경 마가복음의 저자인데 그를 상징하는 날개 달린 사자상이 산마르코성당을 비롯해 베네치아 곳곳에서 발견될 정도로 사자는 베니스를 대표하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황금곰상의 곰은 베를린이라는 지명의 유래에서 나왔다. 옛날에 사냥꾼이 큰 곰을 쫓아 굴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에 어미를 기다리는 새끼곰들이 있는 것을 보고서 이곳을 '어린 곰'을 뜻하는 '베를라인'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래서 베를린 시의 상징은 아직도 곰이다. 이처럼 각 영화제의 최고상의 명칭마다 각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이 포함됨으로써 그 도시의 특징과 역사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출신 감독이 황금종려상은 아니지만 칸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서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과 '취화선',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박쥐' 등이 칸에서 상을 탔었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는 홍상수, 김기덕 감독이 상을 탄적이 있다. 특히 김기덕 감독은 베니스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는데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은곰상도 탔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김기덕 감독만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상을 받은 감독이 되었다. 많은 한국 감독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영화를 만들때 예술성과 상업성(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예술성을 강조하다 보면 마니아층만 공감하여 흥행이 떨어지고, 흥행을 잡자니 예술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둘을 잘 조화시켜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바로 봉준호 감독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영화 기생충도 예술성과 상업성을 잘 조합한 훌륭한 영화라고 한다. 앞으로도 한국 감독들의 작품들이 세계에 선보여지며 국위선양하면 좋겠다.

 

 

- 베껴쓰기

세계 3대 영화제의 으뜸상 이름에는 모두 '황금'이 붙어 있다. 최고 권위의 프랑스 칸영화제는 '황금종려상', 올해는 특히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 더 뜻 깊은 상이 아닌가 한다. 역사가 가장 긴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는 '황금사자상', 동.서독의 통일을 기원하며 출범한 독일 베를린영화제는 '황금곰상'을 수여한다. 트로피도 황금으로 제작한다. 황금은 귀금속 중의 으뜸이다. 종려나무와 사자, 곰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들은 각각 영화제 개최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종려나무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가장 흔한 나무다. 영화제 로고인 종려나무 잎사귀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장 콕토가 디자인했다. 1939년 창설 때 최고상을 '그랑프리(대상)'라고 했으나 1955년 '황금종려상'을 신설했다.

 

1932년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출범한 베니스영화제의 로고는 날개달린 황금 사자다. 이는 베니스의 수호성인이자 성경 속 '마가복음'의 저자 성 마가(st. Mark. Marco)를 상징한다. 성 마가의 라틴어식 표기인 산 마르코성당 등 도시 곳곳에 날개달린 사자상이 많다.

베를린영화제의 곰도 이 도시를 상징한다. 베를린의 이름은 옛날 사냥꾼이 큰 곰을 쫓다가 굴에서 어미를 기다리는 새끼곰들을 발견하고 이곳을 '어린 곰'이라는 뜻의 '베를라인'으로 부른 데서 기원했다고 한다. 도시의 문장(紋章)도 황금 잎사귀 무늬가 새겨진 방패를 들고 서 있는 곰 형상이다.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처음 초청된 것은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다. 임 감독은 2년 뒤인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과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은 '밀양'의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2010년에는 '시'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는 홍상수(2010), 김기덕(2011)이 잇달아 최고상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차지했다. 그는 2004년 '빈집'으로 감독상(은사자상)을 받은 바 있다. 그해 베를린영화제에서도 '사마리아'로 감독상(은곰상)을 받아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영예의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은 "영화감독을 꿈꾸던 열두 살 소년이 황금종려 트로피를 만지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영화가 끝난 뒤 8분간의 기립박수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됐다니 기쁨이 더욱 컸으리라. 칸에서의 황금빛 낭보는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는 올해 최고의 경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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