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배송천국 고두현 논설위원/한국경제/20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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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6. 18. 16:52
- 요약 및 의견
배송 천국과 쿠팡의 혁신
우리나라는 배송 천국이다. 새벽 배송, 신선 배송, 초신선 배송, 퀵 배송 등등의 빠르고도 다양한 배송이 있다. 특히 새벽 배송 시장은 지난해 3월 하루 평균 주문량이 대략 8천 건이었는데, 올해 5월에는 3만 건으로 4배 가량 늘어날 정도로 가파른 상승을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가 한몫 했을터다. 솔직히 말해서 필요한 것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면 누가 싫어할 것인가. 이러한 신속한 배송들로 인해 삶이 편해지고 있음은 사실이다.
특히 애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빠른 배송은 엄청난 인기다. 애기 키우느라 정신 없는 틈에 떨어진 분유나 기저귀 등은 한시가 급하게 필요한데, 쿠팡의 로켓배송은 저녁 12시 이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바로 배송된다. 그렇기에 로켓배송이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지 오래다.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내일 당장 오는 배송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아내도 쿠팡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근데 어찌 이렇게도 빠른 배송이 가능한 걸까? 그 이유는 물류혁신에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 같은 경우는 아마존처럼 전국 각지에 확보한 물류센터에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물품들을 미리 구비해두었다. 이렇게 준비해둔 물품에 대해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출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다음날 바로 배송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존과 쿠팡은 특정 소비자가 필요한 물품을 어떻게 알고 준비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이러한 물류혁신을 가능케한 일등공신은 바로 빅데이터였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덕에 소비자가 어떤 물품을 구매할 것인지 미리 예측할 수 있었고 배송지 인근 물류센터에 해당 물품을 준비할 수 있었다. 소비자가 살지 안살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 행위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구매 가능성을 높였고 이를 통해 비용 절감도 가능케 하였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쿠팡의 매출액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지만, 로켓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현재 누적 적자 규모가 3조 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기에 주변은 쿠팡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의도된 것이다. 쿠팡은 지금 적자 출혈을 감안하면서까지 쿠팡이라는 생태계 속에 소비자들이 발을 들여놓도록 유도하고 있다. 로켓배송이라는 매력적인 아이템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며, 적자가 날지라도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
쿠팡 김범석 대표는 "우리의 사명은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쿠팡의 수장이 이러한 미래를 내다보고 있기에, 투자의 귀재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는 적자 기업임에도 과감하게 수조원의 투자를 하였다. 손정의의 눈에는 쿠팡이 미래에 한국의 아마존으로 보인 것은 아닐까? 사실 현재의 적자는 로켓 배송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와 물류센터 확보를 위한 토지 매입비, 창고 건축비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이는 물류혁신을 위한 투입비용이라 반드시 필요한 곳에 쓴 것일 뿐이고, 이를 통해 쿠팡이라는 플랫폼에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여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해결될 문제다. 똑같은 사례의 아마존도 십년도 넘게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세계 1위 기업이 되었다.
쿠팡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발등에는 불이 떨어진 티몬, 위메프 등은 애써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번씩 내 핸드폰에는 위메프에서 보낸 할인 쿠폰 알람이 뜬다. 조금 전에도 할인해준다고 쿠폰이 왔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쿠폰을 사용해 싸게 사서 좋다. 하지만 위메프나 티몬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 할인만 많이 한다고 해서 쿠팡의 로켓배송을 이길 수 없다. 현재 큰 돈이 들지라도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에는 쿠팡이 승리할 것이며 나머지 기업은 인수되거나 사라질 것이다.
그 어느나라보다 배달 문화가 발달하고 빠른 배송을 선호하는 한국에서 쿠팡은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쿠팡은 앞으로도 소비자가 원하는 아이템을 발굴하여 타 기업보다 더 앞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문한 것을 당장 받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기존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쿠팡을 지금처럼 성장시켰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노력과 그 실천이 새로운 발명과 혁신을 불러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
- 베껴쓰기
밤 11시까지 음식료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갖다주는 '새벽 배송', 오전에 짠 우유와 산란한 달걀을 당일 배달하는 '신선 배송', 오후 3시까지 주문한 회를 오후 7시까지 식탁에 올려주는 '초(超)신선 배송', 생필품을 30분 안에 배달하는 '퀵 배송'....
예전 같으면 대형마트나 시장으로 장을 보러 가던 사람들이 요즘은 간편한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장을 본다. 새벽 배송 시장의 선두주자인 마켓컬리의 하루 평균 주문량은 지난해 3월 8000건에서 올 5월 3만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1년 전 온라인 시장에 진입한 오아시스의 월 매출은 1월 8억원에서 3월 22억원으로 뛰었다.
배송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축산·유제품과 반찬 전문업체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쿠팡과 헬로네이처 등 1세대 주자에 신세계·롯데 등 대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2015년 100억원에 불과하던 새벽 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을 넘었다. 올해는 8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온·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활용하는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배송 천국'이 앞당겨진 것은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물류 혁신 덕분이다. 해외에서는 기술 활용 속도가 더 빠르다. 미국 월마트는 소비자가 집에 없을 때는 집원이 집안 냉장고에 식료품을 넣어 주는 '인 홈 딜리버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비자는 동영상으로 그 과정을 지켜본다.
자율주행차와 로봇·드론(무인항공기) 배송도 등장했다. 미국 포드사는 자율주행차가 배송지 인근에 도착한 뒤 로봇이 물품을 짐칸에서 내려 집 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드론 배송 분야에서는 중국 징둥닷컴이 2016년 시범 비행을 시작한 뒤 베이징 외곽 등에 60여 개 드론 항로를 운영 중이다.
아마존도 곧 30km 이내에 2.3kg 이하의 물품을 배달하는 드론을 선보일 예정이다. 착륙 때 마당에 있는 빨랫줄까지 감지하고 피할 수 있다고 한다. 구글은 최근 장거리 상업용 드론 부문 허가를 받았다. 미 항공당국이 다른 나라와의 경쟁을 고려해 기존 규제를 고집하지 않고 전세기 면허를 응용한 해법으로 사업 길을 열어줬다.
우리나라는 아직 각종 규제로 발이 묶여 있다. 그나마 우정사업본부가 2021년 도서 지역 드론 배송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배달산업이 매년 10%씩 성장해 2030년 3600억달러(약 40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아프리카 가나에서도 지난 4월 드론을 이용한 의약품 배송이 시작됐다.